기다림(待臨)
기다림(待臨)
김 형 수
창가에 흩날리는 황금빛 은행잎이 땅에 떨어져 뒹구는 늦가을도 황급히 우리 곁을 떠난다. 어느덧 폭설과 혹한의 계절이 지나고 있다. 지난 봄 부터 여름까지 활짝 피어나는 달맞이꽃을 회상해본다. 노랗고 새초롬하게 꽃잎이 모여서 얼핏 노란 나비가 가만히 날개를 접고 앉은 모양의 꽃으로 꽃말은 “기다림”이다. 밤에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고 해서 “달맞이꽃”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일본말로는 츠키미소(月見草)라고 하는데 “달을 본다.”는 뜻이다. 달을 보는 것과 우리말의 “달을 맞이한다.”는 것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사랑하는 임을 맞이하는 것이든 떠나 버린 임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이든 달맞이에서 느끼는 정서는 “임마중”의 의미다. 흔히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행복이며 설레임”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삶속에서 인간의 따스한 정을 느끼며 그리움에 쌓일 때가 많다. 계절의 경계를 넘어 벌써부터 거리에 넘쳐나는 화려한 장식과 다양한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바라보면, 낭만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분위기에 물들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보통 우리의 삶은 “약속을 기준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미래를 소망하며 믿음 안에서 현재를 살아간다.”고한다. 아기 예수 탄생을 기쁘게 경배하고 다시 오실 재림의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거리는 가득하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2:14>기쁨의 좋은 소식이 울려 퍼진다.
지금 우리는 구원의 시작(초림)과 완성(재림)에서 초림을 기억하고 재림을 바라보며 약속의 두 지점 사이를 신실하게 걸어가고 있다.
대림절* 둘째 주를 맞는다. “오시는 목자(牧者)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그 기다림은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약속을 기억하는 기다림이다. 그래서 대림절은 어둠속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약속을 기억하며 밝아지는 시간이다.” “우리는 아직 밤의 잔향(殘響) 속에 있지만 이미 새벽의 빛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고”라고 설교자는 말한다.
창립13주년을 지나는 호산나교회 일본어예배부에서는 대림절 둘째주일을 맞아 1부 예배, 2부 행사로 크리스마스 파티행사를 가졌다. 제단의 4개의 대림초 가운데 2개의 촛불이 켜져 타오르고, 은빛과 붉은 빛 찬란한 크리스마스트리, 여러 가지 선물꾸러미가 놓여있고 테이블에는 초청된 일본인 5가정(어머니5명, 어린이 12명)에게 가족별로 각각 5개의 테이블이 마련됐고, 김밥과 여러 가지 다과도 마련 됐다. 나는 수필집<바람 속 생명의 향기>을 일본인 어머님들께 저자 친필 사인하여 증정해드렸다.
일본어 수필제목을 입에 올리며 고개를 끄덕, 연신 감사하다며 기쁨의 미소를 짓는다.
먼저 행사진행 전에 스텝진이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이 참신하게 보였고, 일본인 이주 여성분이 전체 사회를 맞아 진행하는 것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맨 먼저 세 구룹으로 나뉘어 컵 쌓기(피라미드 게임)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의 순진한 모습이 평화롭기까지 했다. 두 번째 순서는 “다 함께 리듬 맞추기”음악 지도사의 영상화면에 맞추어 춤을 추는 아이들의 모습도 아름답고 활달해보였다. 세 번째 순서로는 별을 보고 유대베들레헴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린 동방박사 이야기다. ”빛나“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별이 되어 한 손에 형광 빛을 비추고, 일본어 예배부 남녀 팀원 세 사람이 동방박사의상을 입고 예물을 바치는 연극을 연출한 것이다.
내 곁으로 다가오는 천진난만한 한 아이에게 미소 지어주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성경에 나오는 ”천국에서 큰 사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18:3>
태초부터 준비된 구원의 약속이 드디어 성취되는 기쁨을 기다리는 대림절...
한해를 지나보내는 마지막 시간에 구원 받게 하는 예수님의 긍휼지심(矜恤之心)의 자비를 실천해 보이는 대림절의 조용하고 안혼한 크리스마스 파티였다. 일본인 가족 분들의 밝고 행복한 표정은 실로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부산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선교와 1억2천만 일본열도에 복음을 전하고자하는 선교의 열정이 녹아나는, 오늘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진정한 의미의 선교라 여겨졌다. 이러한 선교의 열정들이 새해에는 사랑의 결실로 꽃피어 기다림의 향기로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지난봄 을숙도에 핀 달맞이 꽃>
*대림절(待臨節):기독교 교회력의 시작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초림)을 기뻐하며 기다리고, 세상 끝에 다시 오실 재림을 준비하는 4주간의 절기로 라틴어 Advent’(도착, 다가옴)에서 유례 성탄절 4주전부터 시작하여 회개와 희망을 담아 기다림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간임.
⌠2025년 12월 07일 ⌜호산나교회 일본어예배부⌟크리스마스 파티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