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파도를 가르며(일본 오사카 여행기 with 팬스타드림호)

heaji 2023. 8. 15. 16:18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마음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36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년으로 퇴직하고 친구의 가족과 함께 가까운 이웃 섬나라 일본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부산항과 일본오사카남항을 오고가는 팬 스타 크루즈선에 몸을 실었다.

선내 승강기를 타고 배안으로 들어가니, 첼로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와 허리 굽혀 반기는 승무원들의 모습이 매우 친절하여 기쁨을 준다. 배는 아름다운 부산항을 뒤로하고 파도를 가르며 흰 물보라를 일으키고 부산북항대교 밑을 빠르게 지난다. 좌우로 태종대와 신선대의 초록 숲이 아련하게 멀어져간다.

검푸른 바다와 파아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위에 평화롭게 물안개 피어오르며 갑판위에서 바라본 석양의 붉은 노을이 아름다웠다.

친구와 나는 금년에 환갑(회갑)을 맞으므로, 육십갑(甲)으로 되돌아오는 해여서 특별히 아름다운 석양이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분주한 삶속에서 에너지가 고갈돼 피곤하고 곤고할 때가 많았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황혼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인생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다운 영혼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가슴에 품어 줄 것인가?

이번 여행을 통하여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존귀하고 품위 있게 늙어갈 내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본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여 흑암이 깊은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세기)”

파도위에 계신 주님! 저 달을 보며, 저 별을 보며, 당신의 뜻을 어길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 내려놓고 주님만 바라보고 의지하게 하소서!

파도위에 운행하는 분의 좌정하심에 따라 숨을 죽이며 두 손 모아 평강의 복을 기원해봅니다.

 

관문해협의 야경(시모노세키)

현해바다를 지나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여유롭게 먹은 선상만찬은 식탁이 풍성하며 맛있고 낭만적 이었다.

부산항을 출항한 후 6시간30분 후쯤 관문해협을 지난다. 일본 혼슈의 최남단 시모노세키의 화려한 야경은 아름답다. 환하게 불을 밝힌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들도 장관을 이룬다. 밤사이 세토대교를 지나 아카시해협에 이른다.

날이 밝아오며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바다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맞는 것도 노칠 수 없는 장면이다. 금빛으로 물든 찬란한 새벽!

 

아카시해협대교(明石海峽 大橋)

관문대교, 세토대교, 아카시해협대교 중에서 제일길고 멋있는 다리가 세토대교 라고 한다. 아카시해협대교(明石海峽 大橋)는 고베와 아와지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엄청난 규모의 다리이다.

아시아의 가장 동쪽에 있는 섬나라 일본은 홋카이도(北海 島), 혼슈(本 州), 시코쿠(四 國), 규수(九州) 등 4개의 큰 섬과 수많은 섬들로 길게 뻗어 이루어져있으며 수도는 도교(東京), 인구(약 1억 3천 만 명)이고, 오사카는 일본제2도시이다.

 

오사카 남항 터미널에서 코스모스퀘어역 까지는 팬스타 선사에서 무료로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혼마치 부근 숙소에 짐을 풀고 곧장 시내로 접어들었다.

 

신사이바시와 고베

오사카는 바다항구 도시지만 곳곳에 하천과 강이 흐른다. 혼 마치 부근 숙소에 짐을 풀어 두고 나와서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먹는 점심식사는 신사이바시에 있는 맛있는 우동 집 이였다.

우메다역에서 한큐고베특급 전철을 타고 여러 번 환승하여 아리마온천역에 도착했다. 아리마온천은 일본의 3대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시골 풍경의 산들, 열대 우림성 활엽수들로 이룬 숲은 푸르고 무성하여 온천물에 몸을 씻기 전 이라도 마음까지도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신사이바시와 도톤보리는 오사카의 중심 번화가로 아케이드로 연결되어있고 좌우로 상가나 음식점들이 즐비하니 늘어서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광여행 온 사람과 일본인들로 매우 혼잡한 거리다.

거리에 꽉 찬 낮 설고 이국적인 얼굴들, 한 잎 한 잎 저마다 다른 얼굴빛!

 

여름 꽃 수국을 보며

교토는 일본의 옛 수도로 한가롭고 고즈넉한 도시다. 봄철 이였다면 화사하고 멋진 벚꽃을 보며 산책할 수 있었을 텐데...

수국의 꽃말은 변덕과 진심을 뜻한다. 옛날 일본에 국이라는 소녀와 수라는 소년의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으로 피어난 꽃이 수국이란다.

산넨자키와 니넨자키 거리를 걸으면서, 야츠하시(삼각 찹쌀떡), 노송(老松), 천연색의 수지제의 모자와 의상들에 도취해 본다.

특별히 교토거리에서 만난 기모노의 젊은 여인들을 볼 때 여름 꽃 푸른색의 수국을 보는 것 같았다. 일본의 대표 음식은 스시이고 전통의상은 기모노이다.

허리에는 오비라라는 띠를 둘렀고 소매는 아주 넓고 치마폭은 아주 좁은 의상이다.

우리 일행은 두 가족 모두 일곱 명이다. 무더운 여름철이라 배낭여행으로 하루 종일 걷다보면 짜증나기기도 했다.

그래도 새로운 이국 풍경들과 시간의 흐름 속에 여유롭게 자신을 맡기면서 일상을 되돌아보는 것이 여행의 본 뜻이라면, 조금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피곤할 지라도 지나고 나면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이기에 여행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친구의 딸 “H”이는 도톤보리 번화가를 지나다가 오락게임 북(난타)실에 말도 없이 들어가 북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모두들 놀라고 의아해 했지만 말 없는 스트레스가 내면적으로 많이 쌓인 모양이다. 손을 꼭 잡고 다니면서 쇼핑을 하면서 좋아하는 인형도 사주며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펴준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딸을 둔 친구의 헌신적인 사랑에 내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한 가족끼리 여행을 한다 해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불평할 수 있는데 다른 가족들과 함께 여러 날을 숙식을 함께하면서 여행한다는 일이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에 화합하지 못한다면 천하를 잃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거다.도톤보리에서 라면으로 마지막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코스모스퀘어역에서 내리니 오사카남항으로 가는 선사 측의 무료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부산↔일본오사카 4박5일 여행

오사카 시내에서 두 밤을 지나고 다시 오사카 남항 터미널로 돌아왔다. 부두가 에는

우리가 타고 갈 팬스타호가 접안되어있고 컨테이너화물을 열심히 싣고 있었다.

터미널은 부산으로 떠 날려든 300여명의 여행객과 화물들로 매우 혼잡하다

구름이 많이 낀 오사카하늘과 고베의 먼 산의 모습도 희미해진다. 돌아오는 선상침대에 조용히 누워 회상에 젖어본다. 우리가 안전하게 배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선장님을 비롯한 50여명의 선원 및 승무원들이, 1인2역으로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밤을 세워가며 일하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감사를 드린다.



 

은혜의 승강기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거친 세상에서

내 마음의 밭에 솟구치는 잡초들을 없애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삶의 여정을 사랑과

생명을 보듬는 일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은혜의 승강기를 타고

천국을 넘나드는 한 마리 새가 되고 싶다.

 

2014년 8월에<일본 오사카 여행 2014.7.2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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