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독서감상문>⌜기다리는 행복⌟책을 읽고 나서,

heaji 2023. 8. 15. 16:50

<독서 감상문> 김 형 수

 
⌜기다리는 행복⌟책을 읽고 나서, 저자 : 이 해 인 <샘터, 2017>

❍ 제목: 초록빛 기쁨

❍ 새해 새 아침에,

“아침 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3:23-24)

라는 말씀의 빛이 가슴에 파고든다.

해인 수녀의 새해 인사(2018년1월1일), 새해의 시작도/ 새 하루부터 시작됩니다./ 시작을 잘 해야만/ 빛나게 될 삶을 위해/ 겸손히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아침이여/ 어서 희망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중략>

수녀님께서 보내온 시 와 편지 그리고 「기다리는 행복」이라는 산문집을 신년 초에 택배로 받아보았다.

수녀님과의 만남은 수녀님의 첫 번째 시집<민들레 영토>를 접하면서 15여 년 전에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회 “해인 글방”을 찾아가서 처음으로 뵙게 되었다. 그 때 제가 쓴 자작시 몇 편을 보여드렸더니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고, 그중 “스케일링(Scaling)이란 제목의 시는 괜찮네요...”라고 격려해주신 수녀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고맙다.

그 후 <꽃삽>이란 글모음집이 1994년 출간되었는데, 당시 소설가<박완서>작가님께서 쓰신 추천의 글은 “수녀님의 시인으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수녀님의 삶을 글이나 모습으로 가까이 대할 때마다 작은 것, 숨겨진 것의 아름다움에 눈뜨는 기쁨과 함께 안배의 신비 같은 게 느껴져 숙연해진다.”라는 서평과 “수녀님의 수필을 읽는다는 것은 수녀님과 함께 들꽃이 피어나는 숨결에 귀 기울이는 기쁨이다.“라고 표현하신데 큰 감동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 「기다리는 행복」이란 수녀님의 산문집을 초록빛 기쁨으로 다 읽게 됐다. 그리고 책장에 꽃혀 있는 수녀시인님의 책들을 다 꺼내어 다시 보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 독후감을 쓰게 됐다.

 

Ⅰ. 작품(산문집)의 구성,

❍ 첫 장에 “사랑으로 키워주신 수도공체와 언니 수녀님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여는 글“ 에는 ”순간속의 영원“을 살며, 언제나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삶! 기다림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설렘과 그리움을 사랑하며 여기까지 온 세월의 선물을 고맙게 표현하고, 행복해 하신다.

1부에서5부까지의 글들은 지난 6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것들 중심으로 모은 것이고, 6부의 글들은 첫 서원하고 나서 일 년의 일기들을 단편적으로 뽑아 실은 것이라 하며, 영혼의 맨살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망설임이 없지 않았으나 20대의 젊은 수녀의 순수한 풋풋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 같아 수도서원 50주년(금경축:金慶祝)을 기념하는 뜻으로 오랜 세월 나의 충실한 ‘애인’이 되어준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하셨다.<1968년5월23일 첫 서원>

본 산문집에는 40여 편의 시와 20여 편의 편지와 글로 구성되어 있다.

 

Ⅱ. 작품(산문집)의 감명 깊은 줄거리(내용)

1. 아픈 날의 일기<P35中>

-“새해의 들뜸은 1월에 양보하고/ 봄 입김의 설렘은 3월에 넘겨주고/ 달력의 2월을 보면, 토담의 겸손이 생각난다./ 잎도 꽃도 녹음도 단풍도 없이/ 입춘과 소한으로 추위에 떠는 가난한 2월/ 내가 껴안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달이다/ 2월은 나머지 열 달을 살게 하는/ 내공이 자라는 달이다.” 해마다 2월이 오면 수필가 류선진 님이 쓴 이 글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2. 충실히 살다 보면 참 기쁨이 피어나죠<P41中>

- 그러나 내가 암으로 투병해온 지난 몇 년간 나는 오히려 건강할 때보다 더 많이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그야말로 “순간의 영원”을 살고자 애쓰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란 적이 있다.

“수녀, 딴생각하지 말고 오래오래 충실하게 살다보면 어느 날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내적인 기쁨과 더불어 수도 생활의 진미를 느끼게 돼,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거든.”<노 수녀님의 충고>

3. 또다시 새봄을 맞으며<P45中>

- 햇빛을 두르고 하늘을 올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푸름에 눈이 부시어 황홀한 기쁨을 그대로 안고 낮 기도에 갔다. 사제는 우리 더러 자꾸만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고 강조 한다.<침묵피정>

4. 나를 깨우는 글씨<P80中”>

- 수행이란 안으로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어려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성철 스님,<공부 노트>중에서

- Christ is the head of this house, The unseen guest st every meal, The silent listener to every conversation(그리스도는 이 집의 주인이시고, 매 식탁의 보이지 않는 손님이시며, 모든 대화의 고요한 경청자이십니다.)<인도 콜카타 마더 테레사 수녀님으로 받은 소박한 글판>

5. 시간에게 쓰는 편지<P87中>

- ①시간은 생명입니다. ②시간은 선물입니다.③시간은 친구입니다.

④시간은 스승입니다.⑤시간은 의사입니다.⑥시간은 여행길의 안내자 입니다.⑦시간은 이별의 문입니다.

- 내가 이 세상에 나올 때 문을 열어주었듯이 세상을 떠날 때에도 죽음을 향해 문을 열어주고 닫아줄 침묵의 성자!

6. 꽃 시간을 만들고 꽃 사람을 만나며<P110中>

- 어찌 한해도 잊지 않고 꽃들은 그렇게 그 자리로 오는지, 침묵과 겸손과 인내의 시간 속에 피어난 꽃들과 마주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 며칠 전에 입회한 일곱 지원자의 풋풋한 모습에도 고운 봄이 웃고 있다.

나도 이분들에게 다가가 새롭게 꽃이 되고 봄이 될 준비를 해야겠다.

내가 옆의 사람들을 좀 더 따스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을 때 나의 봄은 비로소 고운 빛을 낼 것이다.<애인 만들기 中>

7. 아름다운 마무리<P128中>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의 죽음을/ 아직 다 슬퍼하기 전에/ 또 한 사람의 죽음이/ 슬픔 위에 포개져/ 나는 할 말을 잃네/...<슬픈 노래>

정호승 시인의<항아리>,황미선 작가의<마당을 나온 암탉>동화를 읽으며 아름다운 동화를 꼭 한편 쓰시고 싶어 하신 수녀님!

-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게 인생의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말>

8. 묵주기도의 향기<P144中>

- 현재 암으로 투병 중인 내게 주위 친지들이 받쳐준 묵주기도의 향기를 느끼고 있는 나는 그 덕분으로 오늘까지 살아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환희, 부활,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등단마다 무언가를 위해, 누군가를 위해 특정한 지향을 하고 기도할 수 있는 묵주기도야 말로 얼마나 폭넓고 멋진 기도인가.

9. 판단보류의 영성<P166中>

- 고해성사를 보고 나서 많이 결심하는 것 중에는 남을 함부로 속단하지 않기, 확실하지도 않은 일을 남에게 전하지 않기, 남을 흉보거나, 뒷말하는 일에 끼어들지 않기가 꼭 들어있다.

- 다른 종교를 함부로 비난하면 안 된다는“판단보류의 영성”에 대해 배우며 깊이 공감했고, 이것은 나의 수도생활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10. 기쁨발견의 영성<P169中>

- 바람에 실려/ 푸르게 날아오는/ 소나무의 향기 같은 것/...<기쁨의 맛>

- “기쁨의 게임”<엘레나 포오터의: 파레아나의 편지>

- 인간관계가 어긋나고 복잡해질 때 상황에 맞는 화살기도와 “기쁨의 게임”으로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11. 언제나 떠날 준비를<P186中>

-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 그리고 당신 말씀대로/ 마음 깊은 곳에 기도의 그물을 치면/ 비늘이 찬란한/ 희망과 기쁨의 고기가 잡혔습니다./ 삶에 필요한/ 겸손과 인내도 많이 얻었습니다.

- “주님, 저의 삶이 당신을 향해 깨어 흐르는 놀라운 사랑으로 감탄사가 되게 하소서!”라고 분홍빛 화살기도를 쏘아 올립니다.

12. 기다리는 행복<P193中>

- 온 생애를 두고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수수한 옷차림의 기다림입니다./ 겨울 항아리에 담긴 포도주처럼 나의 언어를 익혀/ 내 복된 삶의 즙을 짜겠습니다./ 밀물이 오면 썰물을, 꽃이 지면 열매를, 어둠이 구워내는 빛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중략>

13. 비워내고 단단해진 저 조가비처럼<P205中>

- 이 세상 하얀 모래밭에 그 사랑을/ 두고두고 쏟아 낼 수밖에 없는/

저의 이름은 “작은 기쁨” 조가비/ 하늘과 바다로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흰 구름” 조가비입니다...<어느 조가비의 노래>

- 침묵으로 출렁이는 그 깊은 말/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기도를/ 오늘도 다시 듣네./ 하늘의 편지를 읽어주며/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게 영혼을 약속하는/ 푸른 사제, 푸른 시인을/ 나는 죽어서도 잊을 수 없네.

이해인,<다시 바다에서>일부

14. 나의 “국수 사랑”이야기<P210中>

- 수녀의 주머니 사정으로도 대접할 수 있는 밀면과 국수...

담백한 멸치 다시마 국물에 호박, 당근, 달걀, 부츠 등의 고명을 살짝 얹은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마음이 순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져온다.

15. 오늘은 내 생애의 첫날입니다<P216中>

- 오래 전에 미국에서 조그마한 크기의 책갈피를 하나 사게 되었는데 그 안에 적혀 있는 글씨:“Today is the first day of rest of your life.

(오늘은 그대의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

이 글은 내 마음에 어찌나 큰 울림을 주었는지! “마지막”이라는 말은 왠지 슬픔을 느끼게 하지만, “첫날”이라는 말에는 설렘과 기쁨을 주는 생명성과 긍정적인 뜻이 담겨 있어 좋다.

16. 느티나무 아래서<p241中>

- 수녀원 성당 입구에 심어져있는 느티나무는 수녀회 설립 60주년 기념식수로 사 온 묘목이다. 이제는 대목이 되어 그늘을 드리운 모습을 보며 지은 시 이해인,<느티나무 연가>일부

사계절 내내/ 햇빛과 비와 바람을 맞으며/ 늘 곁에 계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말보다 깊은 침묵으로/ 이해의 눈길을 준/ 당신이 가까이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 조금 더 높아지고/ 이웃 향한 나의 사랑이/ 조금 더 깊어진 기쁨!/ 이 기쁨은 당신이 나에게/

오랜 세월 가르쳐서 선물한/ 초록빛 기쁨입니다...<중략>

17. 12월의 반성문<p245中>

-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내 마음속에 있는 일곱 개의 하얀 문으로 잠시 들어가려 합니다.

①감사의 문을 열어봅니다.②용서의 문을 열어봅니다.③기쁨의 문을 열어봅니다.④인내의 문을 열어봅니다.⑤사랑의 문을 열어봅니다.⑥겸손의 문을 열어봅니다.⑦기도의 문을 열어봅니다.

- 아름다운 의무로 감당해야 할 공동의 기도 외에도 별도로 부탁 받은 기도가 하늘의 별과 같이 많건만 대답만 해놓고 숙제를 못 했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준비하는 마음.

18. 흰 구름 러브레터<p254中>

- 법정 스님의 옛 편지를 모아서 수녀님께서 책으로 냈다는 소문을 듣고 스님이 수녀님을 호되게 책망하는 편지를 읽으면서 받은 교훈

“구름 수녀님께, 스물네 살에 산에 들어와 50년 가까이 중노릇하면서 나 자신이 무슨 업을 익혀왔는지 스스로 물을 때가 있습니다. 해놓은 일 없이 헛된 이름만 세상에 남긴 일 부끄러워요...”<수류산방>에서

- “박완서 선생님께, 세상의 우리는 고요한 수도원에 가서 내면을 충전시키고 반대로 수도자들은 종종 세상으로 들어와서 인생 공부를 하고 그러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지요?

어느 수필에 쓰셨던 선생님, 저는 키를 재볼 손자가 손녀가 없으니 어린 예비 수녀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키우는 귀여운 할머니 수녀가 될까 싶어요.“

19.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p295中>

- 수녀원 언덕길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를 보며 생명의 비상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을 하시면서 오늘은 내가 인생의 선배로서 이 땅의 젊은이 여러분에게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으니 진부한 잔소리라 여기지 말고 사랑의 덕담으로 들어주시면 고맙고 기쁘겠습니다.

①여러분의 마음을 맑고 선하게 가꾸는 노력을 하십시오.

②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관리하는 노력을 하십시오.

- 가기도 하지만 오기도하는 시간이란 선물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것”들을 잘 분별하는 지혜의 덕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덜 중요한 것과 더 중요한 것을 잘 식별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투리 시간까지도 잘 활용할 수 있으려면 때로 단호한 의지와 용기와 절제가 필요합니다.

③여러분의 사랑을 넓혀가는 노력을 하십시오.

- 우리는 예수님처럼 온 세계에 속해 있으며,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모든 사랑의 행동은 평화를 위한 일이 된다는 “마더 테레사”의 말씀도 종종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④일상의 삶에서 감사를 발견하는 노력을 하십시오.

- 감사는 나의 삶이 변화될 수 있는 희망의 시작이고 행복의 시작임을 믿는 마음으로! 눈부신 태양 아래 백합과 치자 꽃향기가 가득한 수도원

정원에서 여러분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하면서 안녕히!<2011.8>

20. <죽음과 죽어감>를 읽고<p310中 >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님께, 십 년 가까이 암으로 투병하는 제가 평소에 느끼고 체험한 모든 이야기가 갈피마다 살아 있는 이 책을 얼마나 깊은 고마움 속에 공유하며 읽었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제가 좋아한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시구를 자주 인용하는 당신에게 더 깊은 애정과 친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죽음과 죽어감>은 누구나 적어도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아직 살아 있을 때 잘 죽은 사랑의 겸손을 연습해서 진짜 죽을 때는 고통 중에도 환희 웃으며 떠나고 싶다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주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님, 당신은 진정한 죽음과 삶의 박사로 인류 가족에게 모범을 보이셨습니다.<2017.7. 죽음과 죽어 감을 공부한 수녀 학생 올림>

21. 처음의 마음으로(6장) 기도 일기<p332中>

- 첫 서원 날. “주님 저를 받아주소서.! 장미 속에 파묻힌 사랑의 여인들. 바들바들 떨리는 환희의 오늘. 주님, 당신은 제게 이렇게도 크게 갚아주시는 것입니까? 이제부터는 내 이름은 클라우디아 수녀라고 불린다.

내 생에 최고의 날 기쁘고 기쁜 날.<1968.5.23.>

- “가슴 한복판에 꽃아 놓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그것은 사랑”

이 사랑은 살아갈수록 민첩해야하고 원기 왕성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시선에 들지 않는 일체의 것을 버리고, 자아의 것을 모두 그이 것이 되게 해야 한다.“고 지도 사제는 일러주셨다.

- 주여, 나를 부르십니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깊은 곳이 어디인지를 알지 못하는 아이, 예수님 바로 곁에서 그물을 치겠습니다. 오늘은 매우 깨끗한 영신적 기쁨이 흘러와서 나의 지저분한 먼지를 날려 보냈습니다.<6.30>

- 바람 서늘한 저녁, 나의 기도는 다시 승화되기 시작한다. 하나둘씩 떠오르는 별을 헤아리며 나의 자매들과 시를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밤. 높고 차가운 지성으로 별은 나를 키운다. 신앙의 기초가 되어 있지 않다면 나는 결코 노래 부르지 않겠다. 시는 나를 신께로 인도하는 음악이여야 한다.<8.17>

- 시의 빛깔을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리도 마음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신비로워지는 걸까. 나는 시를 생활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는 더욱 간절히 계속되어야 한다. 참 아름다운 시를 읽고 싶다. 너무나 쓰고 싶다. 그리고 당신 안에서만 노래를 부르며 나의 생활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고 싶다.<10.31>

-성모님, 어머님. 흰 눈 오는 겨울밤에 타오르는 촛불 밑에서 빨간 사과를 깨무는 싱싱한 멋으로 진정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쓰고 싶습니다.

보다 창조적 매일을 갖고 싶은 저의 갈망을 당신은 아십니다.<1.10>

- 성녀 스콜라스티카. 순결한 성녀의 날이라서 그런지 오늘은 참으로 화사하고 아름답고 순결한 이미지를 가득 담은 듯한 날씨, 퍽 사랑스러운 날씨였다. 서서히 봄을 예비하고 있는 대지에 이미 생명은 싹트고 있다.

오직 현재가 있으므로 하여 과거가 의미 있고 미래도 빛이 있다는 진리를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2.10>

- 노란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노란 꽃 속에 얼굴을 묻고 나는 조그맣게 울고 싶은 마음. 진달래는 또 얼마나 귀여운 웃음으로 나를 부르는지, 봄, 봄을 기다린다.<4.10>

ㅇ 천주는 성총으로 내가 종신토록 주의 성업에 충실하게 하시고 항구하게 하소서!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이 증서에 자필로 서명하였나이다.

서울 1969년 5월11일, 이 클라우디아 수녀. “주님,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영혼 중에도 지극히 가난한 클라우디아입니다. 두려운 약속을 감히 당신께 드렸으니 끝까지 살펴주옵소서.”<5.11>


Ⅲ. 느낀점

❍ 지난 해 시가 있는 수녀님의 달력과 함께 보내온 “치자 꽃향기”란 시는 불면으로 잠들기 어려운 나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한 마음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라고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 꽃향기로/ 오늘의 저의 잠을 덮게 하소서!

매일 잠자리에 들면 이 시를 외우면서 잠을 청한다. 이렇듯 수녀님의 시는 순결한 생명력으로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일궈내는 기쁨과 환희로 향기를 뿜어낸다.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숭고한 신앙인이다. 두 분의 수녀를 태어나게 하신 모태 신앙은 생활의 순결함과 신성함 그 자체이며, 반세기 동안 그분을 위해 삶의 전체를 맡기며 기도하고 헌신해온 사랑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본서를 읽는 동안 수녀님의 건강을 위해서 많이 기도하지 못한 점과 같은 신앙인으로서, 온전히 감사하지 못했고 겸손하지 못했고, 쉽게 용서하지 못하면서 교만했던 나 자신을 회개하며 한없이 눈시울을 적셨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도후원자가 되겠다고 해놓고 나 역시 기도하지 못한 점이 가장 주님 앞에 가장 부끄럽게 여겨진다.

또한 내가 장차 소중히 살아야할 삶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고, 간절한 기도의 생활로 나도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쓰는 쓰고 싶어졌다.

본서 한권을 통해서만도 지적 포만감이 넘쳤고, 꼭 일어야할 필독서와 내가 알지 못했고 만나지 못한 수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신을 위한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고, 때로는 아까운 말도 용기 있게 버려서 더욱 빛나는 한 편의 시처럼 살게 하소서!”라는 말은 수녀님의 삶과 문학을 잘 요약한 내용이라고.“ 친히 적고 계신다.

“시를 쓰려면 누구의 흉내도 내지 말고 자신만의 빛깔로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라는 조언은 사제의 가르침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Ⅳ. 초록색 기쁨

- 광안리 솔 숲길에서 새해를 맞으며/ 희망을 노래하고/ 다시 시작하는 기쁨의 문을 열고/ 들어오길 바라며/ 새로워지길 바라며/ 온유한 빛이/내면에서 흘러나오길 노력하라는 소망의 기도는/ 초록빛 감사로 내게 다가온다. 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 조금 더 높아지고/ 이웃을 향한 나의 사랑이/ 조금 더 깊어진 기쁨!/ 이 기쁨은 당신이 나에게/ 오랜 세월 가르쳐서/ 선물한 초록빛 기쁨입니다. 이해인, <느티나무 연가>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