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지나면서 기온이 떨어지며 풀들도 한해살이를 마감하기 시작하는 때다. 그래서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담이 있다. 나의 유년시절 때 여름이면 매일 같이 밭으로 소를 몰고 풀을 먹이려 간적이 있다. 허기진 소가 풀을 뜯은 모습은 평화롭기도 하지만 어떤 두려움을 연상하기도 한다. “소가 밭의 풀을 뜯어먹음 같이”라는 말은 사방에서 이스라엘 자손이 가나안으로 전진하는 것을 본 모압왕 발락이, 겁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미디안 장로들에게 토로한 말이다. 최근 나는 어떤 일에 방해를 받아 계획대로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차안에서 내내 반성하며 당나귀의 음성을 떠올렸다. 당시 발락은 브올의 아들 발람(점술가)에게 사신을 보내 이스라엘을 저주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발람은 돈과 명예를 위해 발락의 요청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