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heaji 2023. 8. 15. 17:06

<독서 감상문> 김 형 수

 

⌜흑치마 사다코⌟책을 읽고 나서, 저자 : 은 미 희 <자음과 모음> 2011


 ❍ 제목: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 소설의 줄거리

1. 소설속의 주안공 분남은<1870년-1951년>아버지 배지홍이 3살 때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하고 도피생활 중 통도사에 피신하여 지내지는 동안 “어디산가 불어온 바람 한줄기, 서늘하게 민머리를 흝고 지나갔다.” 그 바람이 주는 청량감 보다 가슴에 이는 두려움과 한기가 들어 분남은 자꾸만 가라앉았다.<p16>

 

2. 통도사를 도망 쳐나오다 잡혀 관기가 된 분남은 세상을 제 치마폭 안에 담고 싶어 했다. 타고난 미모에 기개가 있는 분남은 비참하고 굶주린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며 남자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 자신의 미모를 무기삼아 양반들을 유혹한다. 이 무렵 대구 중군 전두후의 아들 전재식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분남은 흥감스런운 신음을 내질렀다.“ ”분남은 가진 거라고는 몸둥이 하나 밖에 없는데 그 몸둥이를 무기 삼아 세상을 가질 수 만 있다면 그 어떤 모욕도 감내하고 인내하리라....”

어느 날 아버지의 친구인 밀양 부사 정병화의 주선으로 일본 상인 마쓰오를 따라 일본으로 떠난다. “마쓰오를 훑는 분남의 얼굴에서 교태가 촛농처럼 흘렀다.” 그새 세상은 푸른 박명 창백하게 깨어나고 있었다. <p63>

3. 일본 오사카는 흑용의 여의주인 셈이였다.

열여섯 살, 분남은 하루가 다르게 농염한 여인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피부는 윤이 나고, 체취는 어지러울 정도로 비릿했다. 조선과 청국을 오가는 마쓰오는 일본의 위정자들에게 눈과 귀와 입이 돼주고 있었다. 또한 분남에게는 큰 희망을 심어줬다. “네가 하는 요량에 따라 세상을 구할 수 도 있고, 세상을 네 발아래 둘 수 도 있다.”<p80>

 

4. 마쓰오는 분남을 안경수란 사람에게 소개시키며, “개화에 이 아이가 소용이 있을 거라고” 한 번 만들어보라고 부탁한다. 분남의 열여덟 살의 몸이, 사내를 원했다. 분남은 기어이 담요를 걷고 안경수의 품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안경수는 분남을 오사카에서 도쿄로 데리고 가서 김옥균에게 부탁을 한다. 이 무렵 첫사랑 전재식을 다시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렇지만 한국으로 간 전재식은 병사로 돌와 오지 않았다.

5. 지금부터 133년 전 옥균은 일본 초대 내각총리대신인 이토 히로부미에게 분남을 소개해준다. 옥균 또한 개혁 정변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피신해 있는 몸 이였다. 죽음 앞에서도 조선의 안위를 걱정하는 인물이 김옥균 이였다. 또한 분남을 양녀로 삼고 이름도 정자/사다코 라 일본 식 이름으로 지움 밖에 된다.

“사다코는 그를 천천히 점령 해갔다. 진심으로 이토 히로부미에게 몸을 바쳤다.

옥균은 사다코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고자 했으나, 사다코는 협조하지 않았다.

”조선의 운명이 내 손 안에 달려 있나니?“그 말이 사다코의 명치끝에 체물로 걸렸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은 조선을 지배할 것이다. 그게 이토 히로부미의 꿈 이였다. 사다코에게 승마와 사격과 그리고 수영과 변장술 등도 배우게 했다.

 

6. 마후라 공사가 이끄는 일단의 무리들이 경희궁에 침입하여 친정파인 민씨 정권을 몰아내고홍선대군을 옹립했다. 그날 민비는 상궁복을 입고궁녀들 틈에서 섞여 숨어 있다가 그렇게 일본 자객의 칼에 무참히 목숨을 잃었다.

그 와중에 김옥균이 상해에서 홍종우에게 저격을 당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런 이토 히로부미의 그늘 아래 있는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했다.

7. 조선을 등에 업은 러시아는 일본에게 조선의 공동지배를 요구해왔고, 하는 수 없이 일본은 이권분/ 에 합의하는 의정서를 채택했다. 그사이 조선은 1897년 정유년,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왕은 황제라 칭할 것을 천명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사다코를 일본공사의 통역관으로 위장하여 조선으로 들여보낸다. 황실의 정보(민영희 같은 친러파 일당의 움직임 등을 수집하기 위해)

사다코는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안은 채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는 살아있는 자들이 토해내는 감정의 찌끼들의 무덤 이였다.<p235>

 

8. 일본어를 구사하고, 말을 타고, 사격을 하며, 남자들에게 명령을 하는 곱다니 생긴 여자, 그 여자는 대한제국의 상위 계층 남정네들을 달뜨게 만들었다.

끝내는 황실에 침투하여 엄비를 통하여 고종까지 만나 신임을 얻고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까지도 얻어낸다. 사다코는 충실히 일본의 입이 되었고, 일본의 발이 되었으며, 일본의 손이 되었다.

황제는 사다코의 궁문 출입을 금하게 하고 궁문 이름을 대안문에서 대한문으로 고쳐 쓰게 했다. 그사이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라 이름을 고치고 시마네 현에 편입시켰다.<p286>

9. 절영도에 유배된 그녀는 대한제국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 1906년 3월 이토

히로부미는 을사조약에 따라 대한제국에 새롭게 설치된 통감부의 초대 통감으로 자청해 부임했다, 사다코도 한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다코가 바라본 고종 황제는

애면글면 한 나라의 사직을 짊어지고 있는 자의 처연한 외침 이였다.

황제는 사다코에게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어떤 사람이냐? 물었고 사다코는“ 그는 평화주의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대한제국을 멸망으로 인도하는 충실한 길라잡이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워진 역할에 불만이나 원망이나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그 충실의 강도에 따라 주어지는 대가에 그녀는 기뻐 춤을 추고 환희의 송가를 불렀을 뿐 이였다.<p307>

 

10. 황제 퇴위의 일등공신은 단연 사다코였다. 한 여자의 세치 혀와 치맛바람에 한 나라의 왕이 물러나고 대신들이 춤을 추었다.

도쿄에서 사다코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청나라로 들어가 이흥장의 부하였던 위안스키에게 접근해 정보를 얻는 일이였다. 청나라로 침투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준비하던 1909년, 청량한 가을바람에 살갗이 소슬하게 느껴지는 날이였다.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의 총탄에 죽은 그 이듬해 1910년 10월 29일 한국은 완전히 일본에 병합되었다. 그녀는 이토 히로부미가 죽은 날 매일 매일 기진할 정도로 울었다한다.

11. ⌜밀정 사다코 암호명: 흑치마⌟사다코는 일본의 밀명을 받았다. 시베리아와 만주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독립군을 찾아내 그들의 조직을 분열시키고 와해시키는 임무였다. 시베리아에 도착한 사다코는 만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적단과 한국의 독립군들을 토벌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마적단에 침투하여 5년 동안이나 마적단 두목과 동거하다 도망쳐 나왔다.

밀정 사다코는 이름만으로도 일본군의 사기를 북돋았다.<p356>

 

12. 사다코가 일흔 살일 때, 테평양 전쟁이 발발했다, 일본의 장병들이 남양군도에서 허망하게 쓰러진다는 소식에 탄식을 하면서, 사타코는 총독부에 건의해 결혼하지 않은 풋풋한 처녀 100명을 모아 이끌고 남양군도로 향했다.

그녀들은 하루에도 수십명의 일본군을 받았다. 사다코 역시 젊은 여자들에게 본보기가 되려고 남자를 받았다. 일본이 폐망하고 창졸간에 천애의 고아가 된 셈이었다. 겨울로 넘어가는 산하가 을씨년스러웠다. “세월이 참으로 덧없다.

 

13. 반민특위에 끌려온 것은 사다코만이 아니였다. 한때 권력의 정점에서 세월을 흔전만전 살았던 사람들이였다. 차가운 감옥에 갇힌 사타코는 추레한 늙은이일 뿐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죽음 앞에서 다 허망하고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 소설책을 읽게 된 동기

2020년 8월 15일 광복절을 즈음하여 광복회 회장의 광복절 축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친일을 청산하지 못했고, 반민특위가 해체되어 친일법조인 장영근, 이승만 등을 친일파와 결탁한 자들을 청산하지 못한 채 국립현충원에 69명이 안장되어 있다면서, 친일 잔재 청산을 충분히 못한 채로 지금까지 왔다는 내용의 축사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것을 보면서, 반민특위 김병로<김종인의 조부>: 일본 강점기 역사와 구한말의 국제적 외교 정세를 이해하려고, 소설 “흑치마 사다코”를 접하게 되었다.

❍ 느낀점

1. 나는 사다코의 암호명이 흑치마란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책표지 또한 조선의기생과 일본의기모노 여성을 연상하게하며, 사내들을 가슴에 품을 밀정의 모습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본서의 작가님은 장편소설 “나비야 나비야”<2009년>를 읽고부터, 작가님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며 교류하고 있었다. 본서를 읽는 동안 풍부한 어휘 선택과 상상력, 지식의 포만감, 서정적으로 사랑을 그려내고 묘사하며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면서 거침없이 사다코의 일대기를 써내려가는 작가님의 열정과, 역사적 배경 등을 접할 때, 몰입하여 탄성을 지르며 흥미를 자아냈다.

 

2. 작가님의 말처럼, 왜 하필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민족의 반역자 이야기를 써야만 했던 것일까? 처음에는 조선의 혁명가 김옥균을 쓰려고 했다고도 한다.

이토 히로부미의 애첩 이였고 이중 스파이였던 그녀는 자신과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을 위해 살았다. 이모든 것이 철저히 자신만의 욕망과 영화를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광복이 된 뒤 반민특위에 의해 채포되었지만, 미군정이 친일파 관료들의 인사를 대거기용하면서 반민특위는 해체되고, 배정자는 슬그머니 풀려나와 버렸다. 아마도 작가님은 서문에서 쓰신 말처럼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과거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었고, 친일파의 청산문제와 관련하여 아주 애국적인 신념으로 쓰신 것이고, 소설적 완성도라는 그 장치에 기대어, “새로운 인물 해석이라는 소설의 역할에 그녀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의적으로 해석해 인간적 고뇌 운운하며 그럴싸하게 그녀를 두둔하고 옹호해 주고 싶지는 않았다.-저자의 말>

3. 작가님은 “우리에게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지만 정직하게 우리를 다시 드려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정신대를 주도한 배정자>” 본서를 통하여 구한말의 정세와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아는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독서였다. 고뇌의 속에서 작품을 쓰시면서 “나는 그녀가 돼 생각하고 그녀가 되 말 하려했다.” 대일 정서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하여 진솔한 작품을 써주신 은미희 작가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