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몽환적인 바다 낙동강 하류

heaji 2024. 11. 24. 18:30

몽환적인 바다 낙동강 하류

 

김  형  수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지나고 삼복의 더위도 지나고 가을의 느낌을 알리는 처서(處暑)를 앞두고 풀벌레 소리 애잔하다. 이른 새벽 산책길에 나섰다. 부산의 낙동강 하류를 가로지르는 을숙대교* 네온사인의 불빛이 출렁이는 강물에 비추어 어린 거린다. 강 건너편 서쪽하늘엔 가덕신항만의 크레인작업장 불빛이 밝게 비추이고 또한 명지동교회 붉은 십자가 불빛도 새벽하늘을 은은히 비추고 있다. 
희미하게 날이 밝을 무렵(여명黎明)에 낙동강 가를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장림포구를 지나니 고기잡이배들이 밝은 불을 켜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포구를 떠나 바다로 향한다. 虹峙(무지개: 홍, 고개: 치)마을, 무지개 언덕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와 바다가, 동쪽으로는 아미산이 둘러싸고 있고 서쪽으로는 낙동강이 남해와 만나는 곳, 하구의 풍경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이는 곳 맞닿은 최남단 다대포해수요장에 이른다. 태백 황지에서 굽이굽이 6백리를 흘러 대구 사문진교에 도달한 낙동강은 가쁜 숨을 내시고, 다시 냇물과 손 맞잡고 부산 을숙도까지 7백리의 기나긴 강물의 여정이 시작된다. 
몰운대(沒雲臺)는 낙동강 하구와 바다가 맞닿은 곳에 자리한 명승지다. 16세기까지 몰운도(沒雲島)라는 섬 이였으나 낙동강 상류에서 밀려온 토사가 쌓여 다대포와 연결되면서 현재는 전형적인 육계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몰운대라는 이름은 구름 속에 빠진 섬이라는 시화적(詩畫的)인 이름으로 낙동강 하구에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이면 그 안개와 구름에 잠겨서 섬이 보이지 않는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낙동강의 토사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다대포해수욕장*은 갯벌이 조성되어있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서 밀물과 썰물 때의 갯벌의 면적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썰물 때의 낙조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에 이른다.  
넘실거리는 옥빛 바다! 해수욕장 입구에 드넓은 광장이 펼쳐지고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꿈의 낙조분수’와 함께 해변공원 그리고 갈대밭 고우니 생태길...
       
지난여름에는 인천에 사는 큰 처형님 조카 내외가 처형님 내외를 모시고 직접 운전하여 부산에 여름휴가를 왔다. 해수욕장의 갈대밭을 거니면서 시화전을 보며 낙조를 배경으로 해서 사진으로 추억을 남겼다. 또한, 분수쇼 (fountainshow)를
즐기며 시원하게 한여름 밤을 보냈다.

하단포구에서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낙동강 하구 강변산책길에 나서서 다대포 해수욕장에 이르면 맨발로 철썩이는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몰운대의 아름다운 자연절경 배경으로 이국적이고 몽환적(夢幻的)인 광경이 펼쳐진다. 
다대포해수욕장은 낙동강과 남해안이 만나 양질의 모래밭을 만든 곳, 일출과 일몰 조망지로 부산 최고인 곳, 자연이 주는 황홀경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기분  좋은 장소다. 지난여름엔 주말마다 이른 아침에 다대포해수욕장을 맨발로 걸었다. 
해수욕장의 고운 모래는 오랜 풍화작업으로 가늘고 곱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한겨울에도 수온이 따뜻하여 바닷가 모래밭을 걷는 어싱(Earthing)*하는 분들이 많다.  
어느 날은 밀려드는 파도를 헤치고 신발을 양 손에 들고 걷고 있는데, 멀리서 어떤 분이 양팔을 벌리고 환호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친하게 잘 아는 회장님이시다.
반갑게 포옹하며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1km 거리에 이르는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다 걷고 나면 몰운대 해변공원 벤치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곤 한다.
먼 바다에는 항해하는 거대한 컨테이너선들이 부산 신항만을 드나들며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수대 건너편 식당에서 순대 국으로 아침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하단역까지 온다. 이른 새벽 낙동강 강변 산책은 서정적인 감성을 키워나가는데 그지없이 행복한 순간이다. 파도가 일렁거리는 바닷가를 거닐며. 아침을 맞는 일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낙동강 하류의 풍경은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2024. 09>에

*을숙대교: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과사하구 신평동을 잇는 길이 1,941m 교량 
*다대포해수욕장: 다대포(多大浦)의 넓은 포구라는 뜻이다. 백사장 면적5만300m
               길이900m, 넓이100m, 수심1.5m, 평균수온21.6
*어싱(Earthing):맨발 걷기, 맨발로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자극이 뇌에 전달돼 뇌     기능이 촉진되고 치매 등 뇌 기능 퇴화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함.   
月惠. 金 亨 洙 khyngsu@hanmail.net  ❈블로그: heaji.com              
❈한국수필 등단(2006년), 한국수필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리더스에세이 회원
❈한국기독교개혁신보 문학상 수상(1994년),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공문원문학 시인 등단(2003년),  ❈별곡문학동인회 회원(장흥출신)
❈現Kesitan(크시타물류)대표,   ❈저서: “모든 꽃잎은 당신의 손길이 그립습니다.”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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