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직지사 단풍길 가는 길

heaji 2024. 12. 2. 05:34

직지사 단풍길 가는 길
                                                           김  형  수
가을 꽃 향기 그윽하다. 오늘은 관우산악회 전국합동으로 김천의 황악산(黃嶽山)*자락 사명대사 길 걷기 산행하는 날이다. 핸드폰의 알람시계에 잠을 깨어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하고 그믐달이 은은한 빛을 발산하며 청명한 가을날을 예고하고 있다. 산행 차림의 나를 보고 아내는“조끼가 덥지 않겠어요?”한다. 그래서 나는“ ”괜찮아, 더우면 벗어서 배낭에 넣으면 돼“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니. 동녘 하늘이 연분홍색을 띠며 구름 속으로 밝은 새벽빛이 비추고 있다. 부산의 하단역에서 6시에 지하철을 타고 서면역에서 내려 →⑫번 출구로 나오니 일찍 나온 관우산악회회원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관광버스도 도착한다. 서로들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최신형 버스라서 커피자판기도 설치되어있고 TV이 모니터도 창가 양쪽 2대씩 설치되어있고, 두루마리 화장지도 군데군데 걸려있다. 차가 출발하자 아침식사로 떡과 김밥과 생수를 나누어주고 쓰레기 비닐봉지도 한자석당 한 개씩 나누어준다. 스쳐 지나는 차장 밖은 아직은 검푸른 산이다.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 눈을 감고 간다. 1 시간  가량을 지나니, 안개 자욱한 청도휴게실에 도착한다. 화장실을 다녀와 떡과 김밥을 먹을 먹었다. 회장님의 인사말과 총무가 회비를 걷는다. 특별찬조 하는 회원도 여러분 계셨다. 대구•구미쯤 지나니 교통안전 재난문자가 뜬다. “김밥천국행사*로 직지사 입구가 매우 번잡할 것이 예상된다고 알려온다.” (김천: 김밥천국)행사 첫날이여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행사준비에 분주하다.
선홍빛 꽃무룻은 이미 지고 없어서 볼 수가 없었지만, 천년고찰 직지사 입구에는 아름다운 국화와 구절초의 향기가 은은하다. 꽃밭에 덥석 앉자 사진을 찍었다. 경내 후원 뜰엔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나무 잎 사이로 파란 가을하늘 뭉게구름이 피어나 청명한 가을의 정취를 맛보았다. 경내에는 직지사와* 사명대사의 인연을 담은 돌 시비가 세워져있다. 바로 옆에 사명대사공원에는 큰 목탑이 세워져있고  나지막한 언덕에 세워진 커다란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다. 주변 언덕에는 억새꽃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어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기에는 그지없이 좋은 장소다. 
오늘 등반에 참여한 회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환호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후가 되니 김밥천국 행사장에 많은 사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이어서 사명대사둘레길 산행에 들어갔다. 날씨가 더워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으면서 아침에 했던 아내의 말이 떠오르며, 핸드폰 전화번호“수호천사”의미를 되새겼다. 감사하다. 42년 동안 나를 지켜왔다. 험난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니 가슴이 짠하다.
4.5Km둘레길 대부분이 단풍나무, 밤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다양한 수종으로 이루어 졌다. 그 중에서도 하늘을 향해 쭉쭉 벋은 푸른 소나무 숲길이 큰 울림을 주며, 사명대사(使命大使)가 매일같이 이 길을 걸으며 사색했을 것이며, 그의 공명과 그의 호(四溟/松雲)송운이 떠오르며.
청초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 사명대사둘레길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서 “대구식당”에서 산채한정식으로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하산주를 마시며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회장단의 인사말씀이 이어지고 술잔을 높이 들며 “건강을 위하여”소원했다. 모두들 활짝 웃으며 행복한 얼굴이다. 
석별의 정을 나누며 오후 4시 주차장에 세워뒀던 관광버스에 올랐다. 김밥천국 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내려오는 길이 매우 복잡했다. 직지사에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서로 각각 다르다. 빨간 감나무와 은행나무 가로수를 빠져나오는 순간 황악산  자락에 싸인 흰 뭉게구름 사이로 가을 향기가 온 몸에 스며든다. 차가 칠곡 하늘의 석양빛 지나는 동안 저물어가는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애처롭고 몽환적이다. 태백황지에서 굽이굽이 달려와서 대구의 사문진에서 다시 낙동강으로 흘러든 강물 따라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버스 내 ‘가라-오케’가 너무 잘되어있다. “곡목검색→모니터에 가사가 뜨고 부르고 나면 점수가 뜬다. 트롯트 음악곡이 연주되어 흘러나온다. ‘동숙의 노래’ ‘안동역’,... 내 옆의 짝지는 ‘코스모스 피어나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을 부르고나니 점수가 100점이 뜬다. 흥겹게 노래하는 관우들의 표정은 함께 근무했던 옛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어둠이 드리워진 청도휴게실에  도착한다. 아침에 
지급받은 봉지에 쓰레기를 가지고 내려와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늘의 산행을 마치는 
기분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붉은 단풍으로   
수놓은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아침빛 같이 뚜렷한  
내일을 기약하니 삶의 의욕이 솟아난다. 또한, 
아름다운 인생의 황혼을 소원했다.


*<2024. 10. 26.  전국합동 관우산악회 등반>             <직지사의 가을 풍경>
*황악산(黃嶽山): 경북김천에 자리하고 있으며 정상의 높이가 신기하게도 해발 1,111m
               吉祥之地 상서로운 땅으로 알려짐 
*직지사(直指寺):경북 김천시 대항면에 위치한 사찰이며, 유정(惟政)사명대사는 14세 때 모친을 여의고 15세 때 부친마저 돌아가시자, 정신적 방황을 하던 중 직지사에 왔다가 은행나무 바위에서 잠들어있었고, 당시의 주지 신묵화상이 벽안당에서 참선하던 중 사천왕문 앞에 황룡이 승천하는 환영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나가보니, 한 아이가 바위 위에서 곤히 잠들어있었고 신묵대사는 이 아이가 자신의 꿈에서 본 황룡임을 직감하고 거두어 제자를 삼았으니, 그가 사명대사이다. 17세에 승과의 선과(禪科)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이후 직지사 주지로 임명 되었고,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승병장의 역할로 크게 활약함.
月惠. 金 亨 洙 khyngsu@hanmail.net  ❈공문원문학 시인 등단(2003년)              
❈한국수필 등단(2006년), 한국수필가협회, 한국문인협회, 리더스에세이 회원
❈한국기독교개혁신보 문학상 수상(1994년),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現Kesitan(크시타물류)대표,  ❈저서: “모든 꽃잎은 당신의 손길이 그립습니다.”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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