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해산토굴 가는 길

heaji 2024. 12. 11. 08:26

해산토굴 가는 길
김  형  수
 2024년 10월 10일 저녁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이란 기사의 제목으로 수상소식이 전해졌다.
한강은 “아들과 저녁식사를 막 끝낸 참에 수상소식을 들었다”며 정말로 놀랐고 “거대한 파도처럼 따듯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며 마음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했다. 늦은 시간에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님의 집필실 장흥의 율산 마을 해산토굴(海山土窟)에서 인터뷰 하는 장면이 인상적 이였다.
“딸의 작품은 문장이 아름답고 섬세하고 슬프다.” 
특히, 아버지가 어느 출판사를 통해서 기자회견을 하라고 권유하는데, 한강작가는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 “딸이 한국에 살지만 글로벌한 감각을 지니 작가로 바뀌어 있던 것이라 했다.” 한강작가가 광주에서 출생은 했지만 아버지의 고향 장흥의 바닷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작가적 감수성을 키웠다고 그의 아버지는 말하고 있다. 한승원 작가님은 저의 어머니의 고향에서 태어났고 유명한 소설가가 되신 분이다. 더욱이 지금은 내가 태어난 전남 장흥에서 20여 년 동안 집필활동을 하고 계신다. 그러하기에  내 고향 장흥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태어났다는 것에 자랑스럽고 설렘과 기쁨과 놀라움에 감격의 감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서, 문림의향의 “장흥문학특구” 고향방문을 한 달이 넘도록 생각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주말에 여행길에 나섰다. 새벽 3시에 “득량만 가는 길”에 내비를 찍고 집에서 출발하여 남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오전 7시에 득량만 바닷가에 도착했다. 방파제 위에서 득량만의 일출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장흥, 보성, 고흥과 완도 주민들의 삶에 터전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온 청정 해역이다. 다시 차를 몰아 수문해수욕장에 이른다. 출렁이는 바닷가 파도소리 들으며 아침을 맞는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고즈넉하다. 장흥 여닫이 해변 멀지않은 곳에 율산 마을 언덕배기가 보인다. 문학 산책로에는 한승원 작가의 시비가 30기가 세워져있다.  
아침9시를 기다렸다가 작가님의 집필실인 “해산토굴”을 찾아갔다. 문턱에 운동화 놓여있다. 노크를 하니 한참 후에 문을 여신다. 들어오라 하시며 접견실에서 보성녹차를 손수 끓여 내놓으신다. 가지고간 저의 수필집을 내놓으니 눈이 안 좋아서  
다른 책을 읽으실 수 없다며 “세관에서 일하며 수필을 쓰다니 대단하다.”는 칭찬을 해주신다. 선생님은 저희 장흥고등학교 14년 선배작가님 이시다. 언덕아래 “달 긷는 집” 해산문학교실“도 둘러보았다. 이제 연로하셔서 건강이 많이 걱정된다. 
문학과 예술이 공존하는 삶의 터전! 장흥출신 문학인이 100명이 넘는다. 다른 분야 예술인까지 합치면 300여 명이 넘는다. 이제 온 세상이 장흥을 말한다.
우리 장흥에서 문학적 영감을 잉태시킨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제 세계적인 문학의 본향이 되었다. 또한 내 인생의 영광이요 자랑거리가 됐다.
고향 부모님의 산소에 들려 생 국화를 받치며 기도했다. 다시 차를 몰아 천관 앞 바다 길을 지나 선학동 마을, 이청준 작가의”선학동 나그네“ 영화 천년 학의 세트장을 둘러봤고, 이청준작가의 생가도 찾아 둘러봤다. 볏짚 초가지붕과 정원이  목가적이다. 뒷들을 돌아보니 큰방과 작은방 옛 부엌이 어릴 때의 집 부엌이 생각났다. 바로 인근의 외가마을 삭금리를 찾아 형님 내외분을 뵙고 점심식사를 같이했다. 돌아오는 길에 붉게 물들어가는 천관산이 유난히도 아름다워 보인다.  
장흥 토요시장에 들려 탐진강의 풍요로움을 떠올렸다. 하늘거리는 늦가을 향기가 너무나 좋았고, 노오란 은행나무 가로수를 스쳐지나온 동안 감사했다.
한강작가가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버지와 함께 시도 쓰시고 소설도 쓰면서 여린 성품의 모습으로 내면의 아픔들을 이겨내며 세계적인 아름다운 문장가로 우뚝 서게 된 것을 축하드리며 변함없이 오래 동안 작품을 쓰시며 건강하길 기도했다...
진영휴게소에서 주유를 하고 남해안고속도로에 다시 들어서니, 산골자기 사이로 둥실 떠있는 보름달이 누런 달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노벨의 얼굴이 새겨진 금빛 메달처럼 보인다.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라도 하는 듯 밝은 빛으로 은은하게 비치고 있다. 어두움을 혜치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내내 차안에서 찬송하며 눈물을 흘렸다. 차장 안은 기도하는 숲이 됐다. 


<2024. 11. 16. 토> <문학산책길 바닷가>
*해산토굴(海山土窟): 남도의 끝자락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한승원 작가님의 집필실임. 海山은 호 이며 바다 자락에서 솟는 봉우리를 뜻함. 


月惠. 金 亨 洙 khyngsu@hanmail.net  ❈블로그: heaji.com              
❈한국수필 등단(2006년), 한국수필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리더스에세이 회원
❈한국기독교개혁신보 문학상 수상(1994년),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공문원문학 시인 등단(2003년),  ❈별곡문학동인회 회원(장흥출신)
❈現Kesitan(크시타물류)대표,   ❈저서: “모든 꽃잎은 당신의 손길이 그립습니다.”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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